수선화

수선화를 샀다.

2015 마지막 날 양재 꽃 시장에 가는 것을 계획했던 건 아니였지만 28을 떠나보내며 스스로를 위한 꽃을 사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을 것 같아 친구와 함께 갔다.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았고 가격대비 그저 마음에 드는 꽃을 한 묶음 정도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장에 들어섰다. 여러 꽃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꽃향기는 가득하다 못해 그 향기로 인해 인해 왠지 따뜻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튤립, 장미, 안개꽃, 백합 등 낯익은 꽃부터, 이름모를 다양한 낯선 꽃까지 (지식이 많지 않아 모르는 꽃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꽃들은 하나 같이 예쁘고 저마다의 개성있었다– 생김새의 차이는 물론 같은 색 같아 보여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진하거나 연하거나 미묘하게 달랐다. 여기까지 왔으니 꽃을 사긴 사야하는데 무엇을 살까 고민스러웠다. 한 눈에 시선을 사로 잡을 만큼 아름다운 꽃도 있었지만 값이 꽤 나가는 바람에 눈으로만 감상하기도 했고 다른 어떤 것은 나름대로 예쁘긴 했지만 사고 싶을 만큼 손이 뻗혀지지 않았다.

KakaoTalk_Photo_2015-12-31-19-17-51그러다 한 꽃이 눈에 들어왔다. 섬세한 모양에 색이 은은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카네이션이었다. 내가알아 오던 어버이날의 빨간 카네이션과는 다르게 연분홍이나 자주, 노랑의 모습이 참 예뻤다. 가격도 좋았다. 그 자리에서 사려다, 들고 다니기 번거로울 것 같아 돌아오는 길에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두었다. 옆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 꽃들을 감상하던 중 우연히 어떤 꽃의 향기를 맡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라일락 향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깊고 진했다. 수선화였다.

사실 많은 꽃 들 틈 사이에서 뛰어나게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기에 (취향 차이겠지만) 그 꽃의 향기를 몰랐다면 아마 그냥 지나쳤으리라는 생각이 들 만큼 향이 좋았다. 수선화 만큼 좋은 향기의 꽃은 없을 것 같았다. 꽃말도 좋았다 — 고결, 신비, 자기사랑. 바로 두 단을 샀다.

시장을 돌아 나오는길에 카네이션을 포함해 나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살까말까 고민했던 꽃들을 지나쳤다. 내가 쥐고 있는 꽃의 의미를 알고 향기를 맡으니 다른 꽃들이 여전히 아름답긴했지만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 않았다. 왠지 인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내년에는 뭉툭한 모습으로 예기치 않게 꽃을 피어내는 선인장 사러 시장에 한번 더 가야겠다.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커리어든 연인에 대한 것이든. 2015년의 가을과 겨울은 상실의 계절이라고 스스로 일컬을 만큼 간절히 원했던 일들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중요한 교훈이나 가치를 깨달은 것 같다. 당장은 잃은 것 같이 느껴도 길게보면 결국엔 얻은 것이라고 여기고 싶다. 조금 더 성숙해진 내가 되어 보내는 2016년은 어떨까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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